
강남의 낡은 아파트가 신축보다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요? 건물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며 감가상각되지만, 자리의 가치는 오히려 상승합니다. 재건축 아파트는 이 두 가지 가치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재건축이 곧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용적률, 면적대 구성, 조합 내 역학관계 등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재건축 아파트의 핵심 요소들을 분석하고, 왜 재건축을 장기 프로젝트로 바라봐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용적률이 재건축 사업성을 결정하는 이유
집값은 건물의 가치와 자리의 가치가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건물의 가치는 운동선수의 에이징 커브처럼 신축일 때가 고점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됩니다. 반면 자리의 가치는 지역 발전과 함께 상승합니다. 아파트를 구매한다는 것은 건물뿐 아니라 그 자리의 땅을 1/n만큼 지분으로 소유하는 것과 같습니다. 동네 여건이 좋아지고 땅값이 오르면 20년 차 아파트가 신축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건물 가격이 중력에 끌리듯 떨어지다가 준공 30년이 지나면 다시 초신성처럼 폭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바로 재건축입니다.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가치 창출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구축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용적률입니다. 땅에는 도시관리계획상 용도지역이라는 족보가 있습니다. 주거지역은 전용 1종, 전용 2종, 일반 1종, 일반 2종, 일반 3종, 준주거로 세분화되며, 각각 건물의 최대 용적률이 정해져 있습니다. 일반 2종 주거지역은 용적률 250%까지, 일반 3종은 300%까지 가능합니다.
용적률은 땅의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100제곱미터 땅에 50제곱미터 건물이 한 층 있으면 용적률 50%, 2층이면 100%, 4층이면 200%가 됩니다. 재건축의 사업성은 바로 이 용적률 여유에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2종 주거지역의 구축 아파트가 이미 용적률 210%를 채웠다면, 늘릴 수 있는 것은 40% 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로는 층수를 크게 늘리지 못하고, 일반분양 물량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일반분양을 많이 해서 그 돈으로 공사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용적률 여유가 부족하면 조합원들이 수억씩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저층 주거단지였기 때문에 용적률 여유가 많았지만, 최근 지어진 아파트들은 이미 높은 용적률로 건축되어 재건축 시 여유가 적습니다. 따라서 용적률이 높은 준주거나 일반 3종 주거지역으로의 상향, 즉 '종상향'이 재건축 추진의 핵심 과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종상향은 행정적 절차와 주변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해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정비구역 지정이 곧 재건축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용적률 여유가 충분하지 않으면 사업성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수십 년간 '곧 재건축된다'는 말만 반복되는 단지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용적률은 재건축 가능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체크포인트입니다.
면적대 구성이 만드는 조합 내 갈등
용적률 여유가 충분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종전 주택, 즉 원래 아파트의 면적대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가 두 번째 중요한 변수입니다. 5층짜리 저층 아파트로 용적률이 100%이고, 해당 동네가 3종 주거지역이라면 재건축 시 용적률을 200% 포인트 늘릴 수 있어 사업성이 매우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가 옛날 주공아파트처럼 전용면적 20제곱미터 초소형으로 꽉 차 있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조합원들은 재건축 후 자신들의 집을 전용 59제곱미터(옛날 24평) 수준으로 평형을 늘리고 싶어 합니다. 집의 면적이 종전보다 3배 커지면 연면적도 3배 커집니다. 땅 크기는 그대로인데 건물 연면적만 3배 늘어나니, 용적률 100%가 순식간에 300%가 됩니다.
원래는 조합원들의 집을 짓고도 용적률 여유가 남아서 일반분양 아파트를 지어 그 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려 했는데, 조합원들이 다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용적률이 꽉 차버리면 일반분양 물량이 없어집니다. 결국 공사비를 모두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런 계산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시작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대형 면적대 위주의 단지라면 어떨까요? 용적률 여유가 많고 대형 면적대가 주를 이루면 일반분양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입니다. 조합원들은 자신의 집을 한 채로 받을 수도 있고, 쪼개서 1+1로 받을 수도 있는 선택권이 생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단지 내 면적대가 골고루 섞여 있을 때 발생합니다. 중소형 면적대가 다수이고 대형 면적대가 소수인 구조라면, 재건축은 할 수 있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에 직면하게 됩니다. 재건축 조합의 의사결정 구조가 '1 가구 1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식회사라면 보유 주식 수, 즉 자산 가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은 전용 100제곱미터에 사는 조합원이나 전용 20제곱미터에 사는 조합원이나 동등하게 한 표씩만 행사합니다. 중소형 면적대가 쪽수에서 압도적으로 많다면, 총회에서 무엇을 결정할 때마다 대형 면적대 조합원들의 의견은 묵살되기 쉽습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사업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됩니다. 소수파인 대형 면적대 조합원들이 참다못해 사업을 엎어버리는 순간, 재건축은 정체되거나 무산됩니다. 실제로 수십 년간 재건축이 진행되지 않는 단지들 중 상당수가 이러한 조합 내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분쟁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사용자가 지적한 것처럼 민원과 조합 내 분쟁은 재건축을 가로막는 가장 현실적인 장애물입니다. 면적대가 크게 다르지 않고, 가능한 한 넓고 균등한 구성을 이루는 단지일수록 의사결정이 원활하고 재건축이 제시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지별 재건축 소요기간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조합 내부 갈등이 적었던 단지들이 월등히 빠르게 사업을 완료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건축 투자, 장기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기회이지만 동시에 환상이기도 합니다. '재건축 대박'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무작정 구축 아파트를 매입했다가 수십 년간 묶여 있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재건축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려면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첫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좋은 자리여야 합니다. 아무리 재건축을 해도 지역 자체가 발전하지 않으면 땅값이 오르지 않고, 결국 사업성도 떨어집니다. 강남의 구축 아파트가 비싼 이유는 재건축 가능성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 자리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기 때문입니다.
둘째, 재건축에 동력이 되는 사업성, 즉 용적률 여유가 충분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 용적률과 현재 용적률의 차이가 클수록, 일반분양 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조합원 부담금은 줄어듭니다. 또한 종전 주택의 면적대가 너무 작지 않아야 조합원들이 평형을 늘려도 용적률 여유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셋째,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아야 합니다. 면적대가 크게 다르지 않고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을수록, 조합원 간 이해관계 충돌이 적고 의사결정이 빠릅니다. 1가구 1표 구조에서는 다수파와 소수파의 갈등이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사용자의 비평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재건축된다는 말의 대부분은 희망회로일 뿐, 정비구역 지정이 곧 재건축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2~30년째 '곧 재건축'이라는 말만 반복되는 단지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민원, 조합 내 분쟁, 사업성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재건축은 금방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건축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는 경우,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특히 좋은 입지에서 용적률 여유가 충분하고 조합 구성이 안정적인 단지라면,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한다면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착공, 준공에 이르는 긴 여정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각 단계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조합원으로서 총회 참석과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재건축은 투자라기보다는 하나의 프로젝트에 장기간 참여하는 것과 같습니다.
재건축 아파트는 기회이자 도전입니다. 용적률, 면적대, 입지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철저히 분석하고, 장기 프로젝트로서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재건축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말처럼, 재건축 투자 역시 신중한 계획과 긴 안목이 필요한 인생의 한 프로젝트입니다.
[출처]
90%가 모르는 재건축 되는 아파트, 안 되는 아파트 / 집코노미 : https://www.youtube.com/watch?v=RNhnEuGv14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