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페터루 폭동 줄거리, 등장인물, 교훈으로 읽는 현대 정치의 뿌리

by indianbob2020 2025. 7. 24.

페터루 폭동 줄거리 등장인물 교훈으로 읽는 현대 정치 뿌리

<페터루 폭동>은 1819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실제로 벌어진 민중 집회와 그에 대한 무력 진압을 바탕으로 정치적 억압, 언론의 통제, 시민의 저항이라는 주제를 다룬 역사 드라마입니다. 마이크 리 감독은 단순한 역사 재현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정치적 갈등과 대중 운동을 반추하게 만드는 강력한 구조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줄거리, 등장인물, 교훈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영화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 페터루 광장의 피, 침묵 위에 새겨진 진실

1819년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붕괴 직전의 경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귀족 중심의 정치 세계는 일반 대중에게 아무런 대표성을 지니지 못했으며 노동적 계층은 극심한 빈곤과 실업, 물가 폭등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불만은 점점 조직적인 정치 운동으로 전환이 되었고 시민들은 보통선거와 의회 개혁을 외치면서 역사상 가장 거대한 평화 시위를 준비하게 됩니다. 그 날 약 6만 명의 남녀노소 시민들이 맨체스터의 세인트 피터스 필드에 모이게 됩니다. 이들은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고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면서 행진하였습니다. 주최 측은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고자 애썼고 연설자 헨리 헌트는 오히려 감정적인 선동보다 냉정한 언변을 강조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집회를 체제 위협으로 본 지역 판사들은 곧바로 무장 민병대 투입을 승인하였고 군인들은 말을 타고 시민들을 향해 돌진하면서 무차별 공격을 가합니다. 이 사건은 바로 페터루 학살로 기록되며, 민주주의를 외쳤던 시민의 피로 얼룩진 현대 정치의 원형이 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단숨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약 2시간에 걸쳐 서서히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각 과정에서 벌어지는 대화, 언론인들의 토론, 정치운동가의 회의, 교회 안에서의 불만 등이 일상과 정치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장면마다 치밀하게 보여줍니다. 관객은 사건을 단순히 역사적인 정보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 광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만큼 영화는 진실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정치적 이념 이전, 절박한 생존의 외침이 어떻게 폭력의 대상이 되며, 그리고 그 비극이 어떻게 기억되고 계승되는지를 표현합니다.

등장인물 : 이름 없는 다수의 연대와 권력의 독백

페터루 폭동의 진정한 특징은 중심 인물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영화가 영웅서사보다는 집단서사를 지향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각각의 등장인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계층, 한 시대, 하나의 관점을 대표하고 이들이 교차하는 점에서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이야기가 형성됩니다. 먼저 주목해야 할 인물은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 조슈아입니다. 그는 전장에서 살아 돌아오지만 조국은 그에게 아무런 보답도 하지 않습니다. 전쟁 영웅이 아니라 실업자이자 비참한 민중으로 전락한 그는 그저 생계를 위해 감자죽을 퍼 나르고, 거리의 소음을 멍하니 듣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의 침묵과 멍한 시선은 국가가 버린 병사의 초상이자, 권력이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쉽게 버리는 구조의 상징입니다. 조슈아의 가족들도 영화 전반에 걸쳐서 등장합니다. 특히 여성들은 단지 조연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지역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만들어내고, 여동생은 남성과 함께 시위를 준비하고 아내는 끝까지 남편의 상처와 침묵을 감싸 안습니다. 이는 당시 여성들이 공식적으로 정치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비공식적 연대와 감정의 중심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재판관과 성직자, 지주, 정부 관료 등의 권력자들은 한결같이 폐쇄적 공간에서 등장합니다. 그들은 서민의 삶에 관심이 전혀 없고 보고서를 통하여 들은 군중의 분위기를 위협으로 인식합니다. 연설자 헨리 헌트마저도 민중의 동력에 진정으로 공감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인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리더의 이상과 민중의 현실이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페터루 폭동의 등장인물들은 누구도 전형적이지 않으며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역사이자 사회의 단면입니다. 이들은 단지 대사를 전달하는 배우가 아니라, 침묵하는 자와 외치는 자, 듣지 않는 자, 그리고 희생당하는 자로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탄생하고 무너지는지를 보여줍니다.

교훈 : 과거는 지나가지 않는다, 역사는 반복된다

페터루 폭동이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지점은 이 영화가 과거의 비극을 곱씹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마이크 리 감독은 이 사건이 단지 오래된 참사가 아니라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되는 정치적인 폭력과 억압, 불균형의 기원임을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현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시위와 과잉 진압, 언론 통제, 정보 격차 등 분열된 사회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재판관들의 언어는 질서를 지키지 위해서는 강경책이 필요하다는 현대 권력자들의 수사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심지어 언론인들조차 스스로 검열하거나 위협받는 모습은 오늘날 sns와 미디어를 둘러싼 진실과 가짜 뉴스의 대립을 연상케 만들어줍니다. 이 영화는 하나의 경고로, 시민의 침묵은 체제의 폭력을 강화하고 기억되지 않는 학살은 다시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페터루 폭동은 그 기억을 다시 끌어올리면서 관객들에게 물어봅니다. 그 대답은 박수도 아니고 눈물도 아니며, 결국 기억하고 연대하는 시민의 의지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조용하지만 확고하게 알려줍니다.